[칼럼] 세계의 정치지도자②-넬슨 만델라]
"나는 자유를 향한 긴 여정을 계속해 왔습니다"
증오 대신 용서를 선택한 통합의 지도자,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소웨토 마을. 이곳은 넬슨 만델라가 살았던 집이자, 지금은 '만델라 박물관'으로 보존되고 있는 공간이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소박한 집은 아파르트헤이트 철폐의 상징이자, 세계가 기억하는 정의와 화해의 출발점이다.
넬슨 만델라는 백인 우월주의 체제였던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정권에 맞서 평생을 투쟁한 인권운동가이자,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다. 그는 단순한 저항가를 넘어, 분노를 넘어선 용서의 정치를 실현한 세계적 지도자였다.
1962년 체포된 그는 내란 선동과 반역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로벤섬 감옥에서 27년을 복역했다. 인간이 감내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이었지만, 만델라는 증오나 복수를 선택하지 않았다.
그가 선택한 것은 화해였다. 그는 감옥 안에서 자신을 투옥한 정적들과 대화를 준비했고, 고통 속에서도 인간 존엄을 지켰다. 1990년 석방된 후, 그는 아프리카민족회의(ANC)를 이끌고 민주 선거를 준비했다. 1994년, 역사상 첫 자유선거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되었고, 흑백 갈등으로 갈라진 국가를 '진실과 화해위원회'를 통해 통합하기 시작했다. 그는 복수를 하지 않았다. 그 대신, 과거의 진실을 드러내고, 진심 어린 사과와 용서를 통해 미래를 향한 국가의 공동체 정신을 세웠다.
만델라의 위대함은 정권을 잡은 뒤에 더욱 빛났다. 그는 단임으로 물러나 권력에 연연하지 않았고, 퇴임 후에도 국제 인권 활동에 헌신하며 전 세계의 존경을 받았다. 정치적 반대자와도 함께 웃으며 손을 잡았고, 자신에게 고문을 가한 감시관들과도 함께 식사하는 품격을 보였다.
만델라가 강조한 말 중 하나는 이것이다. "나는 자유를 향한 긴 여정을 계속해 왔습니다. 나는 나 혼자만의 자유가 아니라, 다른 이들의 자유도 함께 원합니다. 진정한 자유란 타인의 자유와 함께할 때에만 완전한 것입니다." 그는 자유를 '개인의 권리'가 아닌 '공동체의 책임'으로 보았으며, 통합을 '감성적 구호'가 아닌 '실천의 정치'로 구현했다. 그의 정치가 위대한 이유는 화려한 성과가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인간애와 품격 때문이다.
오늘의 한국 사회는 과거사 문제, 지역갈등, 이념 대립으로 깊게 갈라져 있다. 넬슨 만델라는 우리에게 말한다. 과거는 직시하되, 복수는 멈추고 화해로 나아가야 한다고. 증오보다 용기가, 복수보다 용서가 더 위대한 정치라는 것을 그는 증명해 보였다.
넬슨 만델라는 생전에 이렇게 말했다. "지도자는 뒷줄에 있다가 무리가 제대로 길을 가고 있는지 확인하는 사람이다. 가장 앞에 서는 것은 양들이 길을 잃을 때뿐이다." 그는 말 그대로 앞서지 않으면서도 모두를 이끌었다.
넬슨 만델라는 통합의 상징이며, 인간 존엄의 수호자였다. 그의 삶은 리더십의 가장 깊은 본질이 '사람에 대한 사랑'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오늘날 우리 정치가 만델라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진정한 용기란 총칼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도 품격을 잃지 않는 인간의 의지다. 넬슨 만델라가 남긴 유산은 지금도 세계의 양심이 되어 살아 숨 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