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대한민국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자가 20%를 넘어서는 시대다. 이는 단순히 인구 구조의 변화가 아니라, 노동시장 전반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신호다.
그 중심에는 '정년 연장' 논란이 있다.
고령 인구가 늘어나자 정치권과 일부 노동계에서는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자는 주장을 다시 꺼내들었다.
그러나 정년 연장이 고령자에게는 기회일지 모르지만, 청년층에게는 진입 장벽이 되고, 기업에게는 인건비 부담의 확장을 의미한다.
보다 유연하고 현실적인 대안으로 ‘계속 고용 제도(continued employment system)’가 주목받고 있다.
고령자 950만 시대, 일할 기회를 어떻게 줄 것인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는 954만 명, 전체 인구의 18.4%에 이른다. 2035년이면 3명 중 1명이 노인이 되는 시대가 도래한다.
한편, 정년퇴직 평균 연령은 59.3세, 기대수명은 83.6세로 은퇴 후 생계를 자립해야 할 기간이 20년 이상이다. 더 오래 일하고 싶은 고령자는 많아졌지만, 지금의 제도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년 연장이 해법처럼 보일 수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정년을 65세로 늘릴 경우 약 45만 명의 노동력이 추가 확보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이는 기업의 비용 증가와 청년 고용 감소라는 이중 리스크를 동반한다.
정년 연장, 누구를 위한 해법인가?
기업 입장에서 정년 연장은 쉬운 선택이 아니다. 대기업의 고령 직원 1인당 연간 인건비는 9,500만 원 이상이다. 정년 연장 시 기업 전체 인건비는 연 5조~8조 원이 추가된다. 일부 기업은 정년 연장 논의에 대비해 신입 채용을 최대 30~40% 축소하기도 했다
게다가 청년 구직자 입장에서는 ‘자리가 없다’는 구조적 병목을 유발한다. 실제로 2024년 청년 체감실업률은 22.6%에 달해, 통계상 실업률(7.1%)보다 훨씬 높다.
고령층을 배려하느라 청년층을 희생시킨다면, 세대 간 갈등만 가중될 것이다. (일본의 사례) 정년은 그대로, ‘계속 고용’은 늘린다.
일본은 한국보다 일찍 고령화에 진입한 나라다. 이들은 정년을 60세로 유지하면서도, 법으로 65세까지 ‘계속 고용’을 의무화했다.
2023년 일본의 60~64세 고용률은 76.8%이다. OECD 평균(59.1%)보다 크게 높은 수치다. 재고용자의 임금은 정년 전 대비 평균 60~70% 수준으로 하향 조정해 계약직, 시간제, 직무 전환 등을 통해 고령자 일자리의 유연성 확보했다.
즉, 정년은 그대로 두되, 기업의 부담을 줄이고 고령자에게 일할 기회를 열어주는 절충안을 제도화한 것이다.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한국형 계속 고용 모델’이 필요한 이유는 정년 연장은 제도의 경직성을 강화하지만, 계속 고용은 자율성과 유연성을 보장한다. 우리 현실에 맞는 계속 고용 모델은 다음과 같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①직무 재설계 및 재배치 시스템 도입
정년 이후에는 단순 반복업무, 멘토링, 서비스직 등으로 전환하는 것과 고령자 친화적 직무 개발과 조직 내 재배치 매뉴얼을 구축하는 것이다.
②성과·직무 기반 임금 체계로 전환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를 줄이고, 고령자에게 맞는 ‘임금 피크제+성과급제’ 운영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③정부의 인센티브 연계
중소기업의 고령자 재고용 시 사회보험료 지원, 고용안정장려금 지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정년 후 재고용 의무를 이행한 기업에 세제 감면도 제공하면 좋을 것이다.
④경력 관리·재교육 강화
고령자 대상 직업 훈련 및 전직 지원 확대와 지역사회 기반 재취업 연계 프로그램 활성화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결론족으로 "상생의 조건은 유연성이다"
정년 연장은 고령층에게 ‘시간’을 주지만, 계속 고용은 ‘기회’를 준다. 청년과 고령자, 기업과 국가가 모두 지속가능한 해법을 찾기 위해선, 일률적 제도보다 유연한 정책 설계가 핵심이다.
법이 아닌 대화로, 정년이 아닌 일자리로, 우리는 일의 정의를 다시 써야 한다. 지금 필요한 건 단순한 연장이 아닌, 지속가능한 고용 설계다. 정년 연장보다 계속 고용. 이것이 진짜 미래형 노동정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