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선 30년 '재선까지, 그 다음은 교체' 반복된 선택
- APEC 성과 앞세운 주낙영 시장, 경주 정치사 새 장 열지 주목

[신라신문=은재원 기자] 경주시는 민선 지방자치 역사에서 '3선 시장'은 아직 한 번도 허락되지 않은 기록을 가지고 있다. 지난 1995년 민선 자치가 시작된 이후 경주 시민들은 재선까지는 연속성을 선택했지만 3선 도전 앞에서는 늘 변화를 택해왔다. 이 같은 흐름은 어느덧 경주 정치의 하나의 공식처럼 굳어졌다.
■ 반복된 역사…재선은 통과, 3선은 좌절
경주시 역대 민선 시장들을 살펴보면 이 같은 흐름은 더욱 분명해진다. 민선 1·2기를 지낸 이원식 전 시장의 성과는 "민선 시대 개막, 경주 세계문화엑스포 창설"을 비롯해 민선 3·4기의 백상승 시장 "중저준위 방폐장 유치, 한수원 본사 이전 확정" 등이 있으며 민선 5·6기의 최양식 시장은 "신라왕경 복원 사업 추진, 하이코(HICO) 개관" 등으로 연임에는 성공했지만 3선 문턱에서는 시민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현재 민선 7·8기를 이끌고 있는 주낙영 시장의 성과로는 "2025 APEC 정상회의 유치, SMR 국가산단 확정" 등 역시 같은 갈림길 앞에 서 있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를 두고 "경주는 장기 집권에 유독 엄격한 도시"라는 평가가 나온다.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이지만 역설적으로 당내 경쟁이 치열하고 인물 교체 요구가 강하다는 점이 3선 불허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를 두고 "경주 특유의 역동적인 보수 정치 구조"라고 분석한다.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 특성상 당내 경선 자체가 본선만큼 치열하며 이 과정에서 '인물 교체론'과 '참신성'을 요구하는 당원 및 시민들의 목소리가 유독 높다는 점이 3선 탄생을 가로막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 성과가 있어도 넘기 힘든 '피로감의 장벽'
과거 사례를 보면 행정 성과가 3선으로 직결되지는 않았다. 백상승 전 시장은 굵직한 역사문화도시 정책을 추진했고 최양식 전 시장 역시 안정적인 시정 운영으로 평가받았지만 시민들의 선택은 '유지'보다 '전환'에 가까웠다.
시민 A씨(55·황남동)는 "재선까지는 사업의 연속성을 위해 힘을 실어주지만 12년이라는 시간은 자칫 매너리즘이나 권력 독점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 오는 6.3 지방선거, 경주 정치의 분기점
오는 6.3 지방선거는 이러한 흐름을 바꿀 수 있을지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주낙영 시장의 3선 도전 여부가 최대 변수다. 특히 2025년 APEC 정상회의 유치라는 대형 국제행사를 성사시킨 이후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에서 현 시장의 성과 평가가 어느 때보다 직접적으로 표심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성과를 완성할 리더십 연장'과 '새로운 인물에 의한 변화'라는 두 흐름이 충돌할 것으로 보고 있다. APEC 이후의 도시 비전과 행정 성과가 시민들의 피로감을 상쇄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경주가 민선 30년 동안 지켜온 '3선 불가'의 관행을 깨고 새로운 정치사를 쓰게 될지, 아니면 다시 한 번 변화의 선택을 할지. 오는 6.3 지방선거는 단순한 시장 선거를 넘어 경주 정치문화의 방향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민 인터뷰] "경주, 이제는 12년 시장 나올 때" vs "새 술은 새 부대에"
경주 현지에서 만난 시민들의 반응은 팽팽했습니다. 2025 APEC 정상회의 유치라는 거대 성과를 지지하는 목소리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력 고임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극명하게 엇갈렸습니다. 인터뷰 당사자들은 민감한 선거인지라 실명 인터뷰를 반대해 부득이 가명으로 인토뷰 되었음을 밝힙니다.
▶ "행정의 연속성이 경주 발전의 핵심"(찬성 측)
김성태(58·자영업·성건동) "그동안 경주 시장들이 재선만 하고 바뀌다 보니 굵직한 사업들이 시장이 바뀔 때마다 흔들리는 걸 많이 봤습니다. 이번에는 APEC 유치라는 큰 성과도 냈고 이 흐름을 제대로 마무리하려면 일을 해본 사람이 3선까지 해서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합니다. '3선 무덤'이라는 징크스 때문에 유능한 행정가를 잃는 건 경주의 손해 아닙니까?"
▶"12년은 너무 길다, 권력 독점 부작용 우려"(반대 측)
박지현(34·직장인·황성동) "경주는 워낙 보수적인 곳이라 한 사람이 오래 잡고 있으면 주변 인맥이나 공무원 사회가 너무 경직되는 것 같아요. 재선(8년) 정도면 충분히 기회를 준 거라고 봅니다. 세상은 빨리 변하는데 10년 넘게 한 사람이 시장을 하면 아무래도 새로운 아이디어나 젊은 감각을 따라오기 힘들지 않을까요? 이제는 경주를 더 젊게 만들 새 인물이 필요합니다."
▶"성과가 우선, 하지만 독선은 경계해야"(신중 측)
최영철(46·관광업·불국동) "3선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진짜 시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느냐가 핵심이죠. APEC 유치는 대단한 일이지만 그것이 일반 서민들의 먹고사는 문제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지켜봐야 합니다. 성과가 체감된다면 3선도 가능하겠지만 만약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독선적인 모습이 보인다면 경주 민심은 언제든 돌아설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