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택 툇마루에 앉아 '성주봉 찾기'…좋은 기운 듬뿍 받아볼까
우리나라에 ‘전통민속마을’ 이름이 붙은 마을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이다. 그중에서도 조선시대 전형을 잘 간직하고 있으면서 관광지로의 탈바꿈 화 정도가 작은 곳이 양동마을이다.
자연히 전국 방문객들의 관심을 끌어왔으며,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발길이 더 늘어났다. 유명세에 걸맞게 풍수학계에서도 양동마을에 대해 많이들 언급해 왔다. 이에 2회에 걸쳐 풍수의 시선으로 양동마을을 살펴본다.
단 이번 회는 깊이 있는 풍수 이야기보다 방문객의 시선에서 양동마을에서 찾을 수 있는 풍수적 볼거리 위주로 내용을 구성했다. 양동마을, 나아가 우리나라 전통마을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양동마을 풍수의 시작과 끝, 설창산과 성주봉
마을의 주산 설창산이 자식을 품듯 두 팔을 크게 벌려 마을을 품고 있다.
풍수의 시선에서 양동마을 관람의 시작은 마을 입구에서 시작한다. 마을 밖 주차장에 주차 후, 걸어서 매표소와 양동초등학교를 지나면 작은 구멍가게 하나가 보인다. 이곳이 마을 입구다.
여기서 고개를 들어 보면 저 멀리 마을 뒤로 제법 높은 산봉우리가 하나 보인다. 얼핏 보기에도 단정하고 품격이 느껴진다. 이 봉우리가 양동마을의 풍수적 주산(主山)인 설창산이다.
마을의 모든 고택들은 설창산 줄기에 잇대어 있다. 모두 설창산 정기를 이어받고 있다는 말이다. 또 설창산이 양팔을 크게 벌려 제 자식을 돌보듯 마을을 품고 있다. 그 품 안에서 고택들이 사이좋은 형제 마냥 오순도순 모여있다.
그래서 양동마을 풍수의 첫걸음은 설창산에 눈을 맞추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번에는 좌측의 개울을 건너 향단으로 향하는 오솔길을 따라 조금 가다가 뒤(동쪽)를 돌아보자. 그럼 마을회관 너머로 역시 모양이 봉긋한 산봉우리가 하나 보인다. 양동마을의 안산(案山)인 성주봉이다.
우리나라 전통 고택은 단정한 봉우리가 보이는 방향으로 마당과 대문을 배치했다. 봉우리의 좋은 기운을 집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경주 최부자 고택, 안동 하회마을 양진당, 고령 개실마을 점필재 종택 등 전국 여러 고택에서 볼 수 있는 모습들이다.
그런데 사람의 머리에 얼굴이 있고 뒤통수가 있는 것처럼, 산봉우리도 그렇다. 그럼 산봉우리의 어느 쪽이 터를 보고 있어야 좋을까? 그렇다. 상식으로 생각해도 산봉우리의 얼굴이 터를 향해 있어야 좋은 기운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터에서 산의 뒤통수가 보이면 결코 좋은 기운을 받을 수 없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나를 쳐다보고 눈길을 주고 있을 때 말이라도 걸어볼 수 있다.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등 돌리고 있는데 괜히 집적거리다가는 치한으로 몰리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양동마을에서 성주봉의 얼굴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조금씩 차이 나지만 주요 고택 네 채다. 고택 네 채의 마당이나 대문을 통해 보는 성주봉의 얼굴이 가장 반듯하다.
이건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월성 손씨와 여강 이씨 가문이 성주봉 얼굴이 잘 보이는 곳을 차지하기 위한 풍수 쟁탈전 정도로 말할 수 있다.
양동마을 고택 방문객은 꼭 마당이나 대문으로 성주봉을 찾아보길 바란다. 관람의 재미가 한층 높아질 것이다. 결과적으로 성주봉 찾기는 양동마을 풍수의 마무리가 된다.
여기서 잠깐 전통 고택 관람의 깊이를 더할 수 있는 팁을 드린다. 일반인들이 고택을 방문하면 대문을 통과해 마당에 서서 첫 눈길을 바로 건축물에 맞춘다. 이를 밖에서 안으로 향하는 ‘방문객 시선’이라 한다. 이럴 경우 건축물 자체만을 바라보게 되며 건축물과 그 터의 상관성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풍수의 시선은 안에서 밖으로 향한다. 마당에서 담장 너머의 산줄기 물줄기에 눈을 맞추는 것이다. 이를 ‘주인의 시선’이라 한다. 주인의 시선으로 보면 건축 조영자가 왜 이곳에 터를 잡았고, 또 주변 자연과의 조화를 위해 어떤 공간구성을 하고 있는지 눈에 들어온다.
풍수에 형국론이 있다. 산수(山水)의 모양을 사람이나 동물 등에 비유해 혈을 찾거나 설명하는 이론이다. 그중 산의 형상을 야(也), 물(勿), 일(日), 용(用) 등의 글자에 비유하기도 한다.
양동마을은 물(勿)자형 형국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주산(主山)인 설창산에서 시작된 산줄기가 전체적으로 4개의 능선과 그 사이의 골짜기로 이루어진 모습이 물(勿)자를 닮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