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20(월)
 
  • 두 차례 구조 무산 뒤 극적 포획…신고 45일 만에 보호소행
  • 임시보호 후 새 보금자리 확정…경주시, 입양 활성화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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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동물사랑보호센터 입소 초기 ‘천북이’가 직원의 손에서 사료를 받아먹으며 점차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모습.(사진=경주시 제공)

 

[신라신문=은윤수 기자] 낭떠러지 아래 차가운 저수지 곁에 홀로 남겨졌던 유기견 한 마리가 127일간의 기다림과 돌봄 끝에 마침내 따뜻한 가족의 품에 안겼다. 이름조차 없던 '공고번호 2025-1153'은 이제 '여울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경주시는 경주동물사랑보호센터가 구조한 이 유기견의 입양이 최근 확정됐다고 2일 밝혔다. 이 아이가 처음 세상에 알려진 것은 지난해 10월24일. 장소는 경주시 천북면의 한 저수지 아래 낭떠러지였다. 


길은 좁아 소방차 진입이 불가능했고 사람조차 안전장치 없이는 내려설 수 없는 아찔한 지형이었다. 차가운 물가와 절벽 사이 그곳에서 아이는 얼마나 많은 밤을 홀로 견뎌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구조팀과 소방대원들은 즉시 현장에 출동했지만 접근로를 확보하지 못해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러나 포기는 없었다. 담당 주무관은 이후 정기적으로 현장을 찾아 먹이를 놓고 상태를 살폈다. 혹여 더 깊은 곳으로 숨어버리지는 않았는지, 다치지는 않았는지 매번 마음을 졸였다.


지난해 11월5일 장비를 보강해 2차 구조에 나섰지만 가파른 지형은 또다시 길을 막았다. 결국 주문 제작한 포획틀을 설치했지만 사람에게 깊은 경계심을 품은 아이는 좀처럼 틀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구조는 길어졌고 시간은 흘러갔다.


결정적 순간은 12월9일 찾아왔다. 구조팀 주무관 두 명이 안전장치를 착용한 채 저수지 아래로 직접 내려갔다. 미끄러운 바닥, 한 발만 잘못 디뎌도 위험한 상황 속에서 긴 대치가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두 사람이 힘을 모아 아이를 품에 안았다. 신고 접수 45일 만의 구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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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경주시 천북면 한 저수지 아래 낭떠러지에서 발견된 유기견 모습. 접근이 어려운 위험 지형으로 구조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랐다.(사진=경주시 제공)

 

올해부터 센터가 본격 활성화한 임시보호 제도가 전환점이 됐다. 한 시민이 용기를 내 임시보호를 신청했고 22일간 함께 지내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지난달 28일 정식 입양이 확정됐다. 공고번호 1153번은 그날 '여울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차가운 저수지 아래에서 시작된 시간이 따뜻한 거실 한켠으로 이어진 순간이었다.


주낙영 시장은 "입양 전 임시보호를 통해 충분히 교감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임시보호 제도를 더욱 활성화해 더 많은 유기동물이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한편 벼랑 끝에서 버틴 45일 그리고 보호와 기다림의 127일. 여울이의 시간은 이제 외로움이 아닌 사랑으로 채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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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45일 버틴 유기견 '여울이'…127일 만에 입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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