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3(금)
 
  • 주 시장 최근 감사원 감사 주의처분 받아…'업무성과 위주' 해명
  • 지난달 5급인사 '연공서열제 비난' 폭로글 올라와 '인사 객관성 상실'
  • '기준과 원칙'이 있는가?'…'로비가 곧 승진 척도' 직원들 불신 팽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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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신문=은재원 기자] 공직 사회에서 나타나는 모든 문제를 푸는 열쇠는 인사에 있다고 과언이 아니다. 대다수 공무원의 하나뿐이다시피하는 희망이 바로 승진이고 승진 말고는 별다른 유인책이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최근 경주시 일련의 인사와 관련해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5급 승진 인사와 관련해 한 직원이 직원게시판에 '연공서열제'를 비판하는 글을 올려 직원들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달부터 시작된 직원들의 근무평정에서 과연 업무성과 위주의 객관성 있는 평정이 이뤄질 것인지, 아니면 또 다시 연공서열제로 평정이 이뤄질 것인지 직원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인사(人事)가 곧 만사(萬事)라고 했다. 외압이나 뇌물에 흔들리지 않고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공무원,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일하는 공무원, 주민 편에서 민원을 적극 챙기는 공무원이 좋은 평가를 받고 승진 가도를 달릴 수 있다면 다른 부정과 비리가 자리잡을 여지가 없을 것이다. 


이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시장이나 국과장 눈도장 찍기나 잘 보이기에 바쁘고 민원은 제대로 챙기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묵묵히 맡은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공무원이 제대로 평가받는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공직 사회는 한결 나아질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가 시청 곳곳에서 흘러나온다. 물론 시장의 제 사람 심기가 믿고 맡길 만한 사람을 곁에 두겠다는 뜻이고 인사는 '제로섬 게임'이라 아무리 잘해도 불만은 있게 마련이라는 말도 전혀 설득력이 없지는 않지만 인사 문제에서만큼은 공직 사회가 총체적으로 불신을 보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공무원 인사에 대한 불신은 여전하다 

"다면평가 객관성 상실…로비가 곧 승진의 척도"


공무원 A씨는 "인사권자의 전횡을 방지하기 위해 다면평가제를 도입했더니 하라는 일은 안하고 인기 관리하는 공무원들이 만연하고 평가하는 이들은 능력 있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제대로 평가할 생각은 않고 연고와 친분 관계에 따라 평가하기 일쑤"라고 말했다.


공무원 B씨는"인사를 기분 내키는 대로 해서는 안된다"면서 "인사 기준이 근무평정순위인지, 나이 순인지, 경력 순인지, 직원 청렴도평가 순위인지 기준과 원칙을 상실한 인사가 이뤄진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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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5급 승진 인사 이후 직원게시판에 올라온 '연공서열제 비난' 폭로글.(사진=익명의 제보자)

 

"돈·백 없으면 눈 밖에라도 안 나야" 복지부동


공무원 C씨는 "승진을 위해서는 토요일, 일요일도 없이 나와서 일하며 인사권자의 눈에 들어야 한다"며 "승진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측근인사들과 정치인들을 찾아 다니며 읍소해야 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승진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상사의 눈에 들기 위해 노력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부정부패의 씨앗이 자라게 된다. 또 봉사해야 할 대상인 민원인을 비롯한 주민들의 편의와 이익은 안중에 없고 인사권자의 뜻이 무엇인지만 헤아리게 된다.


이도저도 아니어서 승진이 힘들 경우 최소한 눈밖에는 안 나기 위해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으로 일관하기도 한다. 


시장이 민선으로 바뀌고 공무원 노조가 생기면서 인사 부분이 일부 투명해진 점은 있지만 여전히 인사권자의 권한은 막강하다. 따라서 공공연한 '청탁과 뇌물' 관행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암암리에 행해진다는 풍문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이제는 선거 때가 되면 '줄서기'를 해야 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무원 D씨는 "선거에 몰입하다 보면 자연히 업무에 영향을 받는다. 조직 내에 위화감이 가장 큰 문제"라며 "다른 사람이 선거운동에 참여해서 일취월장하는 것을 보면 공무원으로서의 사명감이 떨어지고무사안일주의로 흐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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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면평가는 생색내기일 뿐이다?

"합리적 시스템 정착 없인 부정부패 고리 여전"


또 인사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다면평가를 도입했다고는 하지만 인사에 반영되는 비율이 적고 또 이에 대한 공무원 사회의 불신도 만만치 않다. 


공무원 E씨는 "다면평가가 초창기에는 어느 정도 성과를 내기는 했지만 지금은 많이 퇴색됐다"며 "이를 인사부서가 독점하고 평가 기준과 항목을 공개하지 않아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승진을 빨리 하기 위해서 '요직' 부서로 가기 위해 로비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인사나 감사 예산 부서 등으로 옮기기 위해 고향도 찾고 학교 선배도 찾고 심지어 처가도 동원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의 평가 체계로는 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할 수가 없기 때문에 연줄이나 개인적인 친분 관계를 이용해 평가자들의 마음을 사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음성적인 부분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이와 관련한 부정부패는 언제 어디서든 불거져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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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인사(人事)가 망사(亡事) 되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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